May 09, 2022 . 올랜도바른믿음교회 어두운 골목길을 걸을 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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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릴 적 살던 집은 여느 집과 다름없는 시골 골목길을 한참을 지나야 볼 수 있던 언덕 집이었습니다. 지금으로부터 거의 40여 전의 일입니다. 오늘날과 같이 전자기계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유일하게 친구들과 놀이하던 것은 딱지치기, 다방구(구슬치기), 땅따먹기 등등, 넓은 공터에서 흙냄새를 맡아가며 놀던 것이 전부였던 시대였습니다. 그때는 한 번, 밖에 나가면 땅거미가 지고 저녁 늦게나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. 늘 그럴 때면 늦은 시간 어머니의 잔소리가 걱정되어, 집으로 돌아가는 발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.
그런데 돌아가는 길 내내 어머니께 야단맞을 생각이 걱정되기보다 항상 지나야 하는 골목길이 저에게는 더 걱정거리였습니다. 100m남짓 되는 골목길을 어둑어둑해진 시간, 혼자 걸어 갈 때면 제 머리 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다 들곤 했습니다. 혹여 며칠 전 이웃 동네에 나타난 귀신이 우리 동네에도 나타나 나를 잡아 먹지나 않을까, 왜 어제 저녁 엄마랑 전설의 고향을 봐서, 이불 속에서 봤던 구미오의 눈이 자꾸 생각나 혹여 나의 간을 빼먹고자 뒤에서 덤비지나 않을는지...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두려움과 떨림으로 어둑해진 골목길을 지나곤 했습니다. 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. 친구들이랑 노는 데 정신을 팔리다보니 또 해가 지고 어둑해진 뒤에서야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. 그리고 늘 가슴졸이게 하는 그 골목길을 지나야 했습니다. 그날도 어김없이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졸이며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습니다.
그런데 그 때 평소에는 누구도 저의 뒤를 따라 온 적이 없었는데, 그 날만큼은 누군가가 나의 뒤를 따라 오고 있다는 인기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. 제 나름대로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보려고 했지만, 그날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. 그러는 찰라, 누군가가 제 목덜미를 잡았습니다.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. 그리고 송아지마냥 두려움에 잔뜩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. 그리고 뒤에 서 있는 누군가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.
바로 ‘아버지’가 서 있었던 것이었습니다. 놀라서 울음을 터뜨린 저를 아버지는 잠시 안고 있으시다가 다시 아무말 없이 함께 걸으셨습니다. 그 날 그 골목길은 더 이상 두려움과 무서움의 길이 아니었습니다. 이 세상 누구보다도 힘쎈 나의 영웅, 나의 슈퍼맨, 아버지와 함께 걸은 골목길이었기에 조금의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었습니다. 오직 기쁨과 평안뿐이었습니다.
지금 여러분의 인생길에서 두렵고 떨림의 골목길을 걷고 계십니까? 당신의 뒤에서 당신의 걸음을 지켜보시는 한 분이 계십니다. 바로 주님이십니다. 여러분이 걷는 지금 그 길은 걱정과 두려움의 길이 아니라, 기쁨과 평안의 길입니다. 오늘은 천국에 계실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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